어머니

저는 이틀 전에 엘에이에 도착하였습니다

다섯 달만에 집엘 오니 집이 무척 낯설기만 합니다

다행이 책상에 놓인 어머니 사진을 보니 여기가 내가 머물던 서실이었구나 생각하니 친근감이 새롭습니다

시우기 와서 할아버지 소리치며 달려오고 제가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시진이는 제게 두 뺨을 비비고 뽀뽀를 해 줍니다

손자들이 많이 컸습니다

오늘은 보배 내외가 오고 준이도 왔습니다

현찰이 없어 준이에게 20불짜리 지폐를 주고 과자 사 먹어라고 했습니다

보배는 아빠가 사 준 내의를 보더니 좋아라 합니다

저녁을 먹고 갔는데 준이도 밥에 명란을 얹고 김을 싸서 잘 먹더군요

아침에 끓여두었던 대구 뽈탕을 다시 데워서 주었더니 보배가 맛 나다고 깜끔하게 다 비우고 준이도 국물을 잘도 먹습니다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경란이에게 포항 죽도시장에서 사 온 미주구리 한 봉지를 소포로 보내 주었습니다

어떻게 요리해 먹는지 물었더니 잘 안다고 합니다

성난이에게도 명란과 마른 미주구리를 보내주었더니 맛나게 먹었다고 전화가 왔더군요

게다가 미주구리 세꼬시를 한 봉지 보내 주었습니다

무침회를 해서 먹으라고 했습니다

아마 먹고 난 뒤에 맛나게 먹었다고 연락이 올 것입니다

다비와 지원이가 어제 왔었어요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지원이가 뉴저지 친정에서 강아지를 한 마리 갖고 왔는데 엄청 하얀 털이 보송한 이쁜 개입니다

아버지가 교통 사고를 당해서 개를 더 못 키우나 봐요

무척 지원이를 따르고 종종 쫓는데 옛날 집에 있던 해피가 생각납니다

지원이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서 갖고 온 목포 먹갈치를 구워 주었더니 맛나게 먹더군요

알이 잔뜩 든 꽃게 두 마리를 데워서 알이 잔뜩 들었으니 다비 한 마리 공주님 한 마리 들어요 하고 주었는데 알이 없었습니다

장삿군 말은 믿으면 안되나 봅니다

미안해서 다음 주에 애들이 오면 던지너스 게를 사서 먹도록 해 주어야겠습니다

사실은 자연산 우럭하고 자연산 놀래미도 갖고 온 것이 있지만 내년 3월 어머니 추도식에 쓸려고 갖고 온 것이기에 냉동고 깊은 곳에 넣어두었지요

이쁜 자식들이라도 어머니께 드리는 음식을 먼저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깊은 곳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쑥개떡도 성난이 3 봉지 주고 보배모 2 봉지 주고 다섯 봉지는 냉동실에 넣어두었습니다

어머니 추도식 때 쓸 것이니 보배도 주지 않았습니다

보배는 의과대학 공부를 더 할려고 합니다

헐리우드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예술가들이 주위에 있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카운셀링을 해주고 또 치료가 가능한 방법을 알려주는 정신의학공부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교육비가 무척 비싼 모양인데 아빠~~ 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일단 아빠가 돈이 없으니 융자를 해서 공부를 하여라 한 달 씩 갚는 것이니 애를 써면 될 것이다 걱정말고 공부 열심히 하여라 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정신과 의사 자격증을 따면 아무래도 생활이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너는 아빠 아픈 손가락인데 기특한 생각을 했구나 했더니 아빠한테 효도한다고 큰 소리를 칩니다

공부하는 것은 나를 닮아서 꾸준합니다

USC 석사 자격증도 있고 페션 디자이너 자격증도 있답니다

아빠 살 날이 10년 남짓한데 자격증 따서 너가 잘 되면 아빠가 웃으면서 너 손 잡고 죽을 수 있겠구나 했더니 그만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을 깜박합니다

어느 자식이 부모 죽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하지만 그 날이 이제 곧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니 보배가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나아지는 삶으로 변환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부터 더욱 기도를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좋으신 하나님은 우리 보배를 정말 사랑하시고 기특하게 생각하시고 많이 사랑해 주시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깊은 지혜로 난국을 헤쳐 나가게 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자녀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보배에게 힘이 되게 하기 위해서 다음주에 너희 시부모님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더니 좋아라 합니다

아빠 안그래도 시아버님이 항상 나를 보면 아빠 건강은 어떠냐고 묻습니다고 합니다

사돈이라도 나를 무척 좋아한다는 뜻이겠지요

이 모든 보배에게서 일어나는 삶의 편린들이 하나님의 깊은 사랑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

보배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스페인어를 잘하니까 남미 아이들을 위해서 강의도 합니다

USC에는 의과대학이 유명합니다

그 대학의 영화경영학과 대학원을 나왔으니 의과대학 대학원도 쉽게 졸업할 것입니다

웨슬리 대학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칭찬 받는 아이입니다

어머니의 첫사랑입니다

어머니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세상에서 제일 이쁜 놈은 다비인데 보배도 그 못지않게 버금가는 내 자식입니다

내년부터 공부를 한다고 하니 코스트코에 자주 가서 보배 먹거리를 준비해서 공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부하다 지치면 안되지요

다비에게 바친 정성의 반만 하면 무사히 졸업을 할 것입나다

그리고 전문의를 따면 저는 이제 더이상 자식에게는 염려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 기도해 주세요

보배는 어머니의 첫사랑입니다

어찌 소흘히 할 수 있겠습니까

저도 열심히 정말 열심히 정성을 다해서 하나님께 기도하겠습니다

오늘은 무척 기분이 좋은 토요일이었습니다

내일 교회에 가서 보배를 위해서 기도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