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특히 한국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몇 년만에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라고 합니다

저도 학창시절에 눈이 오는 동성로 거리를 걸었고 너무 추워서 눈을 맞으며 어느 교회에 들러서 몸을 조금 녹이고 싶다고 방문한 적이 있었지요

그 교회는 정말 온기가 있고 젊은 청년부들이 재미나는 유희를 하며 크리스마스를 만끽하는 그런 교회였습니다

제가 너무 추워서 방문을 하며 양해를 구했는데 청년부 회장이라는 분이 나와서 분위기를 깬다고 거절하더군요

쫓겨나면서도 부유한 온기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는 55년 전의 그 기억을 크리스마스가 되면 늘 떠울리곤 합니다

그땐 왜 그렇게 외롭고 춥고 쓸쓸한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제가 마음이 많이 위축되고 상실감이 심했던 때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을 싫어하고 늘 혼자 쓸쓸히 책을 읽고 사색만 하며 지냈습니다

길을 가다가 교회를 보면 들어가서 예배를 보고 기도를 하고 혼자 가슴속에 생성되는 언어들을 새기고 또 먼길을 걷고 이단아처럼 생활했던 나의 모습을 해마다 성탄절이 오면 반추하게 됩니다

아직은 신혼이니까 연말 여행을 하고 즐겁게 지내고 사이좋게 지내면 저는 그런 이야기만 들어도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내일은 성탄절이니까 인터넷에 들어가서 예배를 봤으면 합니다

저도 티비에서 예배를 종종 보는데 아주 좋습니다

큰 소리로 친송가를 따라하고 기도도 혼자 조용히 하고 목사님 밀씀도 좋고 에수님 사랑을 가슴에 담는 일들이 실제 저의 몸에 전이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성도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서 좋고 교회조직의 일원이 아니 되어서 좋습니다

예배란 혼자 보는 것이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저는 좋은 것 같습니다

신구영신 예배는 꼭 티비로 보는데 한 해를 되새기는 의미가 있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 한 숨 자고 산에 올라 기도하고 내려오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하는 일들이 모두 좋아지는 것 같고 정신이 맑아져서 예수님 사랑을 실천하는 일들이 즐겁게 상상을 하곤 합니다

남미는 경기가 나빠서 볼리비아의 사업은 정말 힘이 드는군요

빌린 돈을 갚기도 힘들고 경기가 나쁘니 원단 수요가 갈수록 줄어듭니다

상가를 팔아서 사업체를 줄이고 규모를 줄여서 이자 나가는 대여금을 갚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한 사장이 빌려간 돈도 갚지 못하겠다고 하고 공이사의 투자금도 7년이 넘어가는데 100불 한 장 갚지 않고 있습니다

실정이 이러하니 제가 몸이 자꾸 나빠지고 조그마한 일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자리에 자주 눕습니다

다행이 오늘 상해 아우에게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카드가 왔습니다

중국도 경기가 좋지 않을 텐데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 아우님이 사업이 좋았는지 올 봄에 대전에서 만났는데 밴즈를 뽑았다고 제게 자랑을 하더군요

정말 다행스럽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우가 사업이 잘 안되어서 형편이 어렵다면 제가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제수님이 암에 걸려서 치료를 하는데 약값 얼마를 도와주지 못하고 조그마한 선물만 했는데 제가 끼던 롤랙스 시계를 풀어서 주었더니 받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시인이 롤랙스를 차고 어딜 다닐 때도 없고 아우랑 사업을 같이 하면서 아우가 사주었던 시계인데 돌려드리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 주었더니 "아이구 형님 시계는 못 받습니다"그러더군요

누구에게 팔아서 돈으로 드리고 싶은데 주변머리가 없어서 어디서 팔아야 하나 고민을 합니다

착한 사람들이 제 주변에 몇 사람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더 많습니다

그런데 70년을 살아보니 의로운 사람은 다섯사람이 아니됩니다

거의 모두가 돈 앞에서는 실족을 하고 이기심 앞에서는 전부가 엎어집니다

안 영기는 참으로 의로운 사람입니다

살신성인을 한 사람입니다'

그는 가난하지만 그를 생각하면 저절로 몸이 숙연해 지고 공경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지리산에서 만난 한의사입니다

연세가 90이 넘었는데도 침을 찌르는 손에 힘이 넘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 예수님만 믿는다고 하면 치료비를 받지 않습니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치료비가 백만원이 넘게 나왔는데도 합의금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예수님을 믿으라 였습니다

굳 사마라탄이란 이런 분을 두고 한 말씀이겠지요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제가 가면 기도부터 합니다

그리고 이명의 치료를 하고 목 디스크 치료를 해 주시고 전립선 치료를 해 주시는데 아프긴 하지만 침의 위치며 사혈의 정성과 치료가 지극하여 받고 나면 일주일은 정말 정심이 맑고 기분이 좋아 늘 감사기도를 합니다

이런 분들이 의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만난 수 십 명의 시인이나 수 십 명의 사업가나 수 백 명의 친인척이나 벗들이나 고향의 이웃들 중 단 한 사람도 의인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자기 중심만 있고 그 중심 속에 사랑이 없는 허울이었지요

예수를 믿는 수 천의 사람들

단 한 사람도 나를 감동시킨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들의 옷은 너무 두껍고 찬란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인비시블의 성채였습니다

어머니

예수님은 이땅에 와서 모든 이에게 사랑을 전파하고 몸소 몸을 살신성인했습니다

그런데 형제 같은 두 이웃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3.000년을 이어오며 싸우고 있습니다

증오와 분노와 복수와 살육이 앞으로 또 3.000년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왜냐면 부모가 죽으면 그 아들들이 또 복수를 하고 그 손자들이 복수의 칼을 갈며 증오하며 대항할 테니까요

이 문제의 고리를 사랑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며 증와 분노 속에서 살게 됩니다

그런데 인간은 원래 사랑의 존재가 아닙니다

누굴 미워해야 하고 누굴 속여야 하고 누굴 질투하거나 저주햐야만 하는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미워하는 자가 죽거나 다치면 기분이 좋아서 체한 것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제 돈을 떼먹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만나면 피하고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돈을 구할 때에는 매일 전화오고 찾아오고 비싼 양주를 선물 하고 산삼주를 담아서 오고 별짓을 다한 사람이 돈을 돌려주어야 할 때면 연락도 안 받고 사라집니다

이런 사람이 일요일엔 교회 앞자리에 앉아서 찬송을 하고 예배를 보며 아멘을 큰소리로 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상처가 됩니다

며칠 전 감기가 심하게 들어서 잘 낫지가 않습니다

가래가 심하게 나고 머리가 무척 아픕니다

약을 먹어도 빨리 완쾌가 아니되는군요

그래도 어머니께 창을 여는 날은 마음이 조금 편안해 지고 가까워지는 같아서 기분이 삽상합니다

여긴 요즘 우기가 자주 비가 옵니다

비가 오면 소나기의 소년이 되는 것 같아서 푸른 하늘 위의 청아한 비취빛이 내 가슴에 씌며드는 것 같아서 피천득 선생님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별보다 먼 그대에게란 글을 쓰면서 사람이 자연주의에 물들면 어떤 의로움을 지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머니

날씨가 많이 춥다니 어머니 계시는 것은 얼마나 추울까요?

추운 겨울에 이따금 저희에게 대구탕도 해 주시고 곰치탕도 해 주시고 굴탕에 김국도 많이 끓여주셨지요

어제는 오랫만에 대구볼탕을 해서 먹었습니다

묵은지가 없어서 그냥 무만 넣고 콩나물에 시원하게 해서 먹었습니다

어머니  

겨울은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는 계절입니다

안녕히 계셔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저는 불효자 같습니다

회한이 너무 많이 밤마다 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