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모두둘 용꿈을 꾸고 용소에서 헤엄을 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항룔의 꿈을 한 번이라도 꿀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돌아보면 사람의 한 평생이란 정말 보잘 것 없고 가치가 없으며 오래 지니며 간직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헛된 질풍노도와 닮은 듯합니다

며칠 전 젊고 약한 여인 두 사람을 죽이고 도망가다 붙잡힌 피의자가 경찰에서 한 말이 기억납니다

왜 사람을 죽였느냐고 물으니 강해지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죽이고 강해 보이고 싶었다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제 할머니 생각을 했습니다

연약하고 의지할 곳 없는 어머니를 구박하고 힐난하고 열여섯에 시집와서 모든 일에 서툰 어머니를 일 잘 하지 못한다고 소리지르고 욕하고 윽박지르고 저를 갖고도 밤 세 시까지 콩을 까고 졸며 하루를 보내고 하루를 맞이 했다고 하셨지요

어머니

하늘나라에도 자장면은 있겠지요?

당뇨가 있어 이제는 먹지 못하지만 그 곳에도 어머니와의 추억은 있을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불효자 진 어머니께 엎드려 인사 올립니다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면 어머니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저는 그 것이 무척 위로가 됩니다

누가 왔나? 하고 기척이 있어 창가에 다가갑니다

외로움은 시간의 문제이지 공간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 해가 이렇게 시작하며 남다른 공간에 저를 가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