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올해도 벌써 1월의 반이 지났습니다

한국은 엄청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합니다

겨울의 추위를 뚫고 어머니 모시고 강원도에 간 적이 있었지요

인제에 눈이 많이 온다고 뉴스에 나오면 어머니랑 함께 간 그날이 생생이 떠오르곤 합니다

타국서 오래 살아보니 겨울은 그래도 조국이 무척 좋습니다

뜨끈한 국밥도 먹을 수 있고 제가 좋아하는 황태국도 먹을 수 있으니 게다가 겨울엔 생선마다 기름이 차 올라서 삼치를 구워도 맛이 있고 아귀를 탕으로 해서 먹어도 맛이 유별합니다

요즘은 일기를 쓰느라 무척 힘이 듭니다

올해부터 일기를 하루하루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대학교수님 중에 김형석교수님이 있습니다

올 해 연세가 백삼 세입니다 며칠 전 교수님이 티비에 나오셔서 장수의 비결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갖으면 치매도 예방하고 기억력도 좋아져서 신체나이가 젊어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신체나이가 젊어지는 것은 잘 모르겠으나 생각하며 글을 쓰는 것은 기억력 뿐만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 뒤의 일을 읽어보고 추상할 수 있고 아,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서 무척 좋은 습관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옛날 볼리비아에서 이민 초기에 쓰던 일기를 다시 연결하여 쓸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을 되새겨볼 수 있어서 저는 무척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강진이에게 추운 겨울인데 어이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습니다

누님이랑 모두 잘 있고 건강하다고 합니다

경란이는 지난 달 영아가 결혼하여 아기를 낳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축하한다고 덕담을 하였습니다

이제 경란이도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살아 계셨다면 외증손자를 보시게 되니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셨을까요?

혹 하늘나라에서도 이 소식을 들으시면 아버지와 함께 영아의 아기에게 축복해 주시기 바람니다

볼리비아의 사업은 날이 갈수록 어렵습니다

달라가 없다고 정부에서 통제력을 잃은지 오래 되어서 아르헨티나처럼 달라 파동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물건을 팔아도 달라 사기가 힘들고 좋은 물건이 있어도 도매인과 봉제인들이 원단을 살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옷이 흔한 시대가 되다 보니 만들어 입는 시대가 가고 그냥 사 입고 낡으면 버리는 그런 시대가 온 것입니다

게다가 원단을 취급하는 사업체가 너무 많아져서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이 넘쳐서 아주 특별한 아이템을 갖지 않은 이상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무척 어렵습니다

30년을 함께 한 파트너 회사도 오다를 많이 주지 못하니 사업 관계가 소홀해져서 요즘은 저도 중국엘 가지 않고 한가로이 지내곤 합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혼란하여 내년쯤에는 은퇴를 할 것 같습니다

은퇴하면 한국에 가서 살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바닷가 파도소리가 들리던 동해안 어느 작은 마을에 가서 여생을 조용히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이따금 낚시도 하고 산책도 하고 시도 쓰고 수필도 쓰면서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읽고 흉내내며 강진이가 오면 낚시도 하고 상해 아우가 이따금 방문하면 맛나는 회도 해 주며 그렇게 은퇴하며 내가 살아온 세월을 반추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늘 기도하며 살고 싶습니다

어머니

아이 셋을 다 결혼시켰고 조그마한 아파트도 한 채씩 사 주었고 손자도 셋이나 보았고 이제 제가 가까이 있지 않아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좋은 며느리가 들어와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하니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어머니 계시는 가까운 곳에서 저도 죽음을 맞이했으면 합니다

생자필멸이라고 목숨은 모두 한 세상을 풍미하다가 지상을 떠나야 합니다

손에 가진 것은 모두 놓고 머리에 든 모든 지식도 놓고 가슴에 가득 찬 욕심과 허상도 모두 놓아야 합니다

지금부터 그런 놓아야 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침내 천상에서 어머니도 만나고 하나님도 만나고 저의 영혼이 영원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겠지요

부정맥이 심하여 심한 운동은 못합니다

당뇨도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저희 교회에 어느 권사님은 한국에 다녀와서 당뇨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합병증이 와서 눈이 멀었는데 교회도 나오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계신다고 합니다

특히 민장로님은 저희 집에도 오시고 아주 인물도 좋으신 분인데 치매가 심하여 지난주에 자녀들이 아버지를 치매전문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합니다

저지난주에 목사님이 광고시간에 이제 곧 민장로님이 교회에 더 나오시지 못하고 병원으로 가신다고 기도해달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인생은 이런 것입니다

때가 되면 모두 새들이 날개짓을 하며 하늘로 치솟듯이 저희도 몸을 누이고 날개을 퍼득이며 하늘 높이 승천하는 일을 꿈에 그리듯 명상해야 합니다

오늘은 오전에 한가하여 어머니께 밤이 아닌 낮시간에 혼자 서성이다 창을 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혼자 있을 때 어머니랑 대화하며 어머니랑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한국은 너무 춥다고 하지만 제가 3년 전에 파주에서 성주로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이제 겨울이 와도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성주가 대구서 30분 거리인데 그곳도 분지라 많이 따뜻하고 찬 바람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어머니께서는 정남향에 계시니 햇볕이 무척 따뜻합니다

이럴진데 제가 얼마나 뿌듯하겠습니까

참 잘 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파주는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강하여 겨울이 오면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어머니 잘 계십시오

다음달에 제가 어머니께 갈 것입니다

강진이랑 함께 가서 어머니 좋아하시는 음식 간단히 배열하고 기도하고 인사하며 봄의 기운을 전령하겠습니다

어머니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요즘은 잠들 때마다 어머니 보고 싶어서 눈을 감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나즉히 말씀 드립니다 

어머니 무척 보고 싶네요.

저는 마음으로 말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