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늘이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400 회 차 입니다

그동안 15년의 세월이 흘렸습니다

감개가 무량합니다

어제 저녁 비행기로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시차극복이 무척 힘드네요

옛날에는 친구와 지인들 선물로 가방 세 개를 갖고 다녔는데 이제는 두 개만 갖고 다닙니다

약이며 영양제며 식품을 한 번 올 때마다 천 불씩 사서 선물하곤 했었지요

보배애미는 그런 나를 보곤 고개를 돌립니다

도대체 왜 저렇게 헛된 짓을 하며 사나? 이해가 아니 되었겠지요

작은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많은 친구들도 전부 내 곁을 떠나고 고모님들도 연세가 많아 커피도 잘 드시지 못하고 요즘은 선물로 30 만 원 정도 사 갖고 옵니다

제가 돈이 많이 없어서 여유가 그렇게 옛날 같지가 않습니다

중국에 있는 거래처 직원들에게도 작은 병의 커피 한 병 정도는 늘 선물하곤 했지요

이제는 거래도 끊어지고 사람도 끊어지고 줄 사람도 없고 갖고 오면 강진이랑 나누어 먹고 친구 몇 명 정도에게 선물하고 밥 먹고 지난 추억을 이야기 하고 그렇게 지냅니다

어머니 다음 주에는 어머니 산소에 강진이랑 갈 것입니다

요즘 볼리비아가 조금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달라도 조금 안정이 되고 경제가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대전에 있는 친구에게 작년에 사업이 어려워서 긴급자금으로 돈을 2000만 원 빌렸는데 이자만 주고 아직 갚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자마자 그 친구에게 글을 보냈습니다

걱정말라고 하는데 저는 미안하고 걱정이 되고 마음에 아픔이 가득 남아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잘 아는 친구입니다

이달 안으로 갚겠노라고 말은 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면 어이하나 걱정이 됩니다

조금만 달라가 안정이 되고 볼리비아가 나아지면 제일 먼저 갚을 것입니다

저는 본성적으로 남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면 몸에서 평온이 사라지고 불안합니다 

삶의 기쁨이 사라집니다

어머니의 DNA가 내게 고스란히 남아있는 까닭 같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네요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파전이 생각나고 김치전이 생각납니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고 하더니 요즘 그 말이 실감납니다

반가운 소식이 있어요

다비가 지난주에 진급을 했다고 지원이가 와서 알려주더군요 

Director라는 직책인데 한국서는 본부장이라고 하지요

본부장은 이사급인데 다비는 올해 29살입니다

자기 밑에 직원들이 꽤 많나 봐요 전부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합니다

사장이 직접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회사주식을 3억 정도 무상으로 준다고 한답니다

봉급도 10% 올랐다고 하며 지원이가 좋아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녁에 오라고 해서 티본 스테이크를 구워주었습니다

지원이가 두 개 다비가 두 개 제가 반 개 보배애미가 한 개 그렇게 먹었지요

고기를 제가 구워주니 지원이가 쌍추쌈으로 조그마하게 만들어서 제 입에 넣어줍니다

귀엽고 예쁜 짓만 합니다

옛날 이명박씨가 현대건설에서 34살에 이사가 되었다고 신문에 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비가 29살에 이사가 되었으니 이 명박님보다가 5년이 빠릅니다

물론 회사는 현대건설이 더 크지요

그렇지만 회사에서 기대하고 신뢰하는 믿음직한 일군으로 소문나서 아주 소중하게 대접을 받는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기쁘시지요

다비를 어머니께서 키우시고 많이 귀여워해 주셨으니 어머니께서 너무 행복해 하실 것입니다

이번에 산소에 가서도 어머니께 기도할 때에 다비를 더욱 보살펴주시고 기도해 주세요 하며 제가 어머니께 간구하겠습니다

보배도 이제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있답니다

너무 다행이지요

어머니

이제 여행은 무척 힘드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첫째 너무 어지럽고 시차극복이 힘이 많이 듭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어머니 계시는 곳에서 영주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제가 조금 어지러우니 이만 글을 줄이고 다음에 산소 다녀와서 어머니께 글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상해 아우에게서 편지가 왔더군요

목련꽃을 바라보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하며 안부를 전했습니다

참 고마운 아우입니다

어머니 해 주시던 음식 잘 먹던 아우!

봄이 오면 어머니 생각을 많이 하나 봅니다

제 인생 칠십을 둘러보니 이만한 인성과 품격을 갖춘 남자도 만나기 힙들었어요

무척 착하고 사람이 해야 할 도리를 아는 사람입니다

너무 고마워서 어머니께 알립니다

다시 들리겠습니다

어머니

다음 주에 뵐게요

안녕히 계셔요 

불효자 진 어머니께 귀국 인사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