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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401)
어머니 지난 18일 어머니 15기 추도식이었습니다 강진이와 함께 어머니 계시는 곳에 가서 작은 음식 준비한 것 배열하고 기도했습니다 날씨는 무척 화창했고 봄이 완연하였지요 상해 아우님도 목련을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글이 왔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시니 감동을 받아 어머니 타계하신지 15년이 흘렀지만 어머니 사랑을 기억하고 봄이 오면 어머니를 기억하나 봅니다 누님도 감사 글이 왔고 경란이도 성란이도 오빠 고마워요 하고 감사 글이 왔었습니다 어머니 상석에 어머니 좋아하시는 가자미 식해를 놓고 기도를 했습니다 청하 한 잔으로 목을 추기고 가자미 식해 한 줌을 안주로 음복하였더니 향긋한 바다 내음이 제 입가 번지며 어머니 추상을 더욱 깊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저녁에 다시 음식을 배열하고 강진이랑 기도하고 어머니 사진을 보고 그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천유불급이라 하더니 벌써 15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이리저리 세상 일에 시달리다가 제가 멈추어 서면 어느 누가 어머니 곁에 다가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추창한 마음이 더욱 어려 서럽기까지 합니다 그 강진이도 많이 그리운지 눈물의 기도를 하였습니다 제삿상 사진을 미국에 보냈더니 보배도 할머니 사랑해 하며 글이 왔더군요 바울이가 대표로 할머니 기도를 하고 모든 후손들이 모여서 어머니 기일을 기념하였다고 합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을 우리 후손 모두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이 쌓이고 쌓여서 바울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 보배도 더욱 정진하여 훌륭한 의사가 되고 다비는 이제 회사 중역이 되어서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다고 합니다 모두가 어머니 사랑의 뿌리가 열매를 맺는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 다음 날 죽도시장엘 다녀왔습니다 자형이 요즘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님께 영뎍 박달대게를 보낼려고 죽도엘 들렀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서인지 오후 들어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소라와 기름가자미를 사서 박스에 넣어서 누님께 배달시키고 삼청동 고모님에게도 대게와 소라 한 상자를 보내드렸습니다 어제 누나에게서 콜이 왔는데 자형이 잘 먹었다고 전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요즘 연세가 많아져서 우울증이 왔다고 합니다 하는 일 없이 세월이 흐름을 빨리 하니 감당하기가 벅찬 것이지요 저도 어쩌다가 혼자 있을 때에는 지나간 일들이 흐르고 그러다가 마음이 차가워지더니 우울이 쌓여 속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에는 찬송가를 펼치며 노래를 합니다 몇 곡 부르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곤 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산에 올랐습니다 공기도 좋고 개나리도 막 피어오르고 쑥은 지천에 깔렸더군요 쑥을 많이 넣고 쑥 버무리를 했습니다 이 음식은 식당에서 파는 것이 아니고 집에서 늘 어머니께서 봄이 되면 저희에게 해 주시던 음식입니다 부드러운 쌀가루만 있으면 버무리는 쑥향을 머금고 저희들 마음을 즐겁게 해 주던 음식이었지요 봄이 오니 어머니 자취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늘 하던 식으로 좌우를 살피며 산에 오릅니다 삼월의 바람은 아무리 차가워도 꽃나무 속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벚꽃이 물이 올라 가지마다 하얀 반가움을 토해내며 제자리에서 피어오릅니다 어제를 잊었다가 오늘을 기억하는 푼수처럼 저는 반가움에 눈을 크게 하고 한참을 보았습니다 봄은 이렇게 만물을 소생하는 힘을 가졌고 마음에 꽃을 심어야지 자연의 봄을 맞는다는 소동파의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어머니 아직도 저를 사랑하고 계시겠지요? 저는 영원히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저에겐 시간의 개념이 없고 공간의 의미도 없습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 숙명적 갈망을 저는 평생 가슴에 지니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그 숙명이 나를 존재케 하고 나를 평안으로 이끌어줍니다 다음 주에는 저를 아껴주고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는 안이사 병문안을 갈려고 합니다 간암이라 거동이 불편한가 봅니다 서울이지만 이별 전에 한 번은 얼굴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안 영기님을 잘 아실 것입니다 제가 볼리비아에서 전화하여 어머니 해장국을 부탁했던 친구입니다 독실한 하나님의 아들이지요 저는 그의 때 묻지 아니한 착하고 고운 순수함을 잊지 못합니다 어머니 제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든지 의를 위하여 하는 일이고 도리를 위해서 하는 일이고 타인을 위해서 하는 일이기에 어머니께서는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늘을 우러러 어머니처럼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다가 창공에 산산이 흩어지겠습니다 어머니 다비가 면역이 많이 약해서 폐렴에 걸렸다고 합니다 약을 먹고 조금 좋아졌다고 하지만 너무 걱정이 되어 기도 중입니다 어머니께서도 기도해주십시오 보약을 지어 갈려고 하는데 침향환이 좋은지 공진단이 좋은지 한약방에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경동시장에도 한 번 들러야 할 것 같습니다 대운한의원은 어머니께서도 늘 보약을 지어 먹던 곳이지요 설날 저에게 문안 글자가 왔더군요 다음 주 서울가면 겸사로 들러서 대화를 해 봐야겠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 손자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다시 뵈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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