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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409)
어머니 더운데 어이 지내셨어요? 여기 지상은 얼마나 더운지 사상 최고의 열대야를 기록중입니다 게다가 대구는 한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지요 분지로 둘러 쌓여 있어서 바람이 빠져 나갈 데가 없어서 엄청 덥습니다 이른바 맹하猛夏라고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오듯 합니다 볼리비아는 더워도 그늘에 가면 바람이 살살 불어와서 시원하지요 단지 여기는 습기가 산타크루스처럼 진득하지가 읺아서 견디기는 쉽지만 올해는 무척 힘이 듭니다 어머니 더운 날씨에 어머니께서는 어이 지내시나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누님은 내일 쓸개골을 기브스한 것을 풀고 정밀 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귀연이가 보름 내내 누나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다리가 불편한 누님을 잘 케어했다고 합니다 저는 보름마다 반찬을 만들어서 올려보내고 지난 번에는 사시미를 준비해서 보내드렸습니다 한 판을 귀연이 하고 매형하고 같이 완전 잘 드셨다고 전갈이 와서 기분이 엄청 좋았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네 번 씩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립니다 하루 빨리 무릎 손상난 것을 고쳐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합니다 이 더운 게절에 이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요? 무척 염려가 됩니다 다행이 내일 기브스를 푼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구나 생각됩니다 주말에 누나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서 당일치기로 다녀올까 합니다 어머니 주위에 암에 걸려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동서 동생 부인이 암에 걸려서 치료 중인데 뇌에 암이 전이 되어 고생을 한다고 합니다 고향 동무 창길이도 암에 걸렸고 안이사도 암에 걸려 유명을 달리 했고 일본 고모님도 폐암에 걸려서 고생을 한다고 합니다 생각할 수록 무섭습니다 다행이 우리 육남매는 전부 암에 걸리지 않았고 특별히 몹쓸 병에 걸리지 않아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기도하고 기도하시던 은혜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은혜가 어찌 이 것 뿐이겠어요? 반찬 하나하나 옷 한 벌 두 벌 양말 한 컬레 추석 때 새 신발까지 어디 하나 어머니 사랑 없는 곳이 없었지요 그것을 어이 필설로 다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어불성설입니다 어머니 시우가 요즘 골프를 한다고 합니다 펜싱은 그만두라고 제가 그랬습니다 펜싱을 하게 되면 상대를 찌르게 되어 공격적인 품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해서 자기자신과의 싸움인 골프를 하라고 했습니다 스포츠에 유달리 민감하여 골프 코치가 시우를 자기가 한 번 가르쳐 보겠다고 합니다 두 분이서로 하겠다고 했답니다 바울이가 잘 선정히여 좋은 분을 사부로 모시고 배우면 대성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사람 리디아 고가 지난 번에 올림필 금메달을 따더니 이번주에는 AIG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하여 영예의 전당에 입성했다고 오늘 신문에 크게 났더군요 박 세리 이후로 처음있는국가적 경사이옵니다 시우도 십 년 뒤에 잘 쳐서 임 성재를 능가하는 선수로 이름을 천하에 떨치면 좋겠습니다 가문에 영광이요 한국인의 자랑이 되겠지요 열심히 기도하여 정진토록 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머니 은혜요 하나님의 축복임을 저는 믿습니다 처서도 지나고 이제 백로가 다가오면 한층 지상은 서늘해 질 것입니다 곧 추석도 다가옵니다 볼리비아도 빨리 경제가 안정이 되고 달라도 안정이 되고 모든 민중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가을이 오면 다녀갈려고 해도 부정맥이 심해 비행기 타는 일도 이제는 두려워 집니다 잘 넘어지고 밥도 잘 흘리고 생각도 잘 잊어버리고 매사가 엣 같지가 않습니다 우리 모두 이승을 떠날 때는 추억 하나 갖고 떠나게 되겠지요 돈을 갖고 이승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천 없는 권력자도 죽을 때는 홀몸이 되어 죽더군요 이것이 하나님의 법칙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인간이라면 어길 수가 없는 철칙이지요 그러기에 마음을 비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른바 선비의 신독愼獨이라는 것입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저는 무척 무언가를 오래 기다렸습니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내 영혼을 맡길만한 가치 있는 그 무엇임은 틀림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끊임없이 기도하며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에 담습니다 그 무엇은 저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기에 하나님과 저의 연결점이기도 합니다 어머니 더위에 몸 건강하십시오 저도 잘 견디며 어머니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추석이 지나 조금 한가해지면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오늘 무척 반갑고 행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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