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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옛날 어느 마을에 쌀밥을 먹어보지 못한 채 고생만 하는 며느리가 살았다 어느 추석 하얀 쌀밥을 짓다가 너무 하얀 색이 고결하고 고귀해 뜸이 들었나 하고 조심스럽게 밥알 몇 개를 먹어 보았다 그 구뜰하고 달삭한 맛이 목젖에 젖을 때 시어머니가 보고 조상님들께 올릴 밥을 먹다니 하고 야단을 쳤다 호되게 야단을 맞은 며느리는 너무 야속해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고 죽었다 가난에 야윈 며느리의 죽음은 마을에 슬프고도 조용한 파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그녀의 시신을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이듬해 그녀의 무덤가에 하얀 쌀밥의 나무가 피었다 바람이 불면 이 하얀 쌀밥이 흔들리며 죽은 며느리의 아픔을 하소연하는 것 같았다 마음껏 먹어라 마음껏 먹어라 가난이 뭐 그리 대수더냐? 바람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부유한 사람에게도 땀을 적셔주고 시원함을 주고 내면 속의 고통을 씻어주기도 하지 내 고향 경상도에 가면 지금도 쌀밥을 이밥이라고 한다 먹고 싶어도 먹지 못했던 그 가난의 천 년 세월 누님 고모 이모 그리고 어머니 지금은 탄수화물의 주범이라고 다이어트를 하네 살을 빼네 하며 쳐다보지도 않는 하얀 이밥 목포에는 이팝나무 거리가 있다고 들었다 얼마나 가난했을까? 한이 쌓이면 이팝나무 거리에 바람이 일고 귀밑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리고 그 며느리 희고 검은 눈동자가 내 가슴에 젖는다 하얀 이밥 한 숟가락 단 한 숟가락이라도 먹여 주었으면 먹어 보지도 못하고 죽은 고향 산천 골 골 마실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는 쌀 한 가마니에 막내딸을 팔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어둠이 진하면 아픔도 진한가 눈물이 진하면 슬픔도 진한가 순정만 물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가 생의 간난도 한의 정염도 우리네 눈물도 언제나 흐르는 물이 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흘러갔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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