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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고무신
고무신 신고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동호는 학교 앞까지 맨발로 걸어 와 교문 앞에서 책 보자기 열고 고무신 꺼내 신고 등교했다 하교할 때에는 운동장을 건너 교문 앞에서 신을 벗고 어머니가 주신 보자기 속에 꼭꼭 숨겨 등에 걸치고 맨발로 집으로 뛰어갔다 부끄러운 걸음걸이는 예나 지금이나 뛰어가는 것이다 곁을 보지 않고 달리는 걸음 오십천 강은 굽이 돌아 비껴 흐르고 멀리 달산 옥계의 바람소리 하얀 고무신의 부드러운 감촉에 젖어 동호는 유년을 그렇게 보냈다 맨발로 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육이오라는 엄청난 전쟁의 공포가 있었고 그렇게 슬프고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고 아버지 없는 나라의 근천스러운 유산만이 맨땅에 눈물을 뿌렸다 어느날 동호는 빈손으로 돌아갈 시간을 어림해보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뜀박질을 하며 펜스를 자유롭게 넘어온 청춘도 몸의 사선에 비껴친 흔적도 결국 귀의의 곡선을 향한 하얀 고무신의 자국이었던가 생각하며 돌아가고 싶은 갈증을 느꼈다 하얀 고무신 동호는 그렇게 그 시절에 어머니의 유산을 가슴에 품고 학교를 간 적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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