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란에게
잘 지냈니? 오래 소식이 없어 조금 야속했구나 미안하다 에스더는 직장에 잘 다니는지 궁금하다 에스더를 10살 때 보고 아직 보지 못했으니 20년은 더 된 것 같구나 좋은 남자친구는 없는지 혼사 이야기가 없어서 더욱 궁금하다 막내 다비가 9월달에 결혼한다고 한다 하는 일들이 많겠지만 다녀오도록 하여라 너가 무척 보고 싶다 내가 비행기 타는 일이 두려워서 한 번 다녀가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미안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내 나이 스물 다섯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이제 70을 갓 넘었으니 45년을 더 살았구나 부정맥이 심하여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고 의사가 그러네 당뇨가 심하여 머리가 무척 아플 때가 많다 그래도 45년인데... 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낸다 거짓말을 하기를 무척 싫어했던 내 동생 오빠가 부르면 항상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말을 경청했던 내 동생 에스더 애비가 세상을 떠난지도 벌써 십 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내 곁에 오너라 했어도 그냥 여기서 실게요 교회식구들이 너무 잘 해줍니다고 했지 타관도 정들면 고향이라고 하더니 그래 외로워도 잘 지내느냐? 오늘은 너가 무척 보고 싶단다 너의 생일 한 번 챙겨주지 못하고 부운 70년이 흘렀구나 미안하다 어쩌다가 티비에서 이미자가 부른 여자의 일생이란 노래를 듣는다 내 어머니의 성품을 가장 많이 닮은 너를 두고 이 노래를 들으면 어머니 모습이 떠오르고 너의 방긋 웃는 모습이 귀엽고도 안증스럽구나 모습이 반가움을 주는 것은 함께한 세월의 짧음이 아니더냐 내게 남은 너의 모습은 다섯인가 열살인가 내가 엿을 주면 반갑게 곱게 먹고 눈을 감던 너의 모습이 아직 내게 남아 있다 껌을 씹고 벽에다가 붙혀놓고 연필로 줄을 긋고 잤었지 아침에 일어나 줄보다 다른 곳에 껌이 붙여있으면 너가 씹었지 하며 등을 때렸던 못 된 오라비가 나였다 사실은 강진이가 씹었는데 넌 영문도 모르고 등을 맞았다 휴게소에서 천 원을 주니까 은단껌 아홉개가 속에 들어 있더라 그 한 개가 백 원 남짓인데 백 원짜리 하나로 어린 동생을 때리다니 나는 죽으면 아마 고만당을 갈 것 같구나 천당 위에 만당이 있다고 하던데... 아픈 데는 없느냐? 작은 액수의 적금을 몇 년 전에 넣어둔 것이 있다 에스더 혼사 때 썼으면 좋겠구나 나중에 여유가 있으면 갚고 여유가 없으면 갚지 않아도 됀다 이제 꿈에 껌꿈을 꾸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미안하단 말을 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는구나 보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적어서 보낸다 제망매가라고 생각해도 좋고 뿌리 깊은 나무의 가지 끝에 이는 바람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누이야! 무척 미안하고 보고싶구나 어머니를 가장 많이 닮은 내 동생 이름 그대로 넌 아름다운 난초의 꿋꿋한 삻을 살았어 한 지아비를 섬기고 한 생을 산 너가 무척 고려하고 고아해 보인다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땐 너가 무척 생각이 난단다 여자의 일생 노래를 들으니 너가 무척 보고 싶었다 아프지 말고 하나님 의지하고 기도하며 착한 마음으로 살기를... 9월 달엔 꼭 엘에이에 오너라 너의 손 한 번 잡아보고 싶구나 생은 나그네 나그네 마음인줄을 이제 내가 알겠구나 깊은 밤 어머니 뿌리에서 별 하나를 본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