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부
내가 아는 어떤 어부는 바다에서 태어나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다
갈매기를 벗삼아 갈매기를 어깨 위로 날려보내며 물고기를 잡고 물고기를 먹고 물고기를 팔고 생활하며 봄의 바다에서 뛰어놀고 겨울바다에서 쉬어가며 기적소리에 귀를 열고 노을 분홍에 머리를 뉘며 그렇게 한 평생을 살았다 이따금 산봉우리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얼굴에 주름살 하나 접고 한 해가 다가오고 한 해를 보내고 할 때마다 주름살 둘을 접고 그는 그렇게 파도가 되어 살았다 바다와 노인이란 영화를 보았다 그는 그렇게 청운의 꿈을 쫒기도 하며 동해를 넘어 태평양으로 청새치를 바라보며 그림자를 쫓는 꿈을 꾸었다
내가 아는 어떤 어부는 꿈을 꾸며 평생을 꿈속에서 살았다
어느날 물질을 하는데 허리가 펴지지않았다 밧줄을 당기는데 밧줄 속으로 몸이 딸려가는 헛무게를 느꼈다 물을 마셨다 물맛이 쓰다는 것을 느꼈다 정어리떼가 밀려오고 멸치떼가 밀려와도 그는 손목에 힘이 빠지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바다를 지탱했던 온몸의 열기가 차가운 냉기가 되어 이 겨울을 덮고 있었다 항구의 불빛이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었던가 누우면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이 가벼움 고등어 한 토막보다 못한 누린내 나는 몸통을 겨우 가누며 그는 항구를 걷고 있었다 남실바람이 옷깃을 적시고 있었다 살을 적시던 파도소리 못난 사내의 한 평생이 꿈의 가운데를 밟는 것인가 돌아보니 그에게는 생의 미련이란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산다는 것은 살아있음의 흔적인데 그는 왜 바다를 단 한 번도 떠나지 못하고 살았을까
내가 아는 어떤 어부는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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